마을공동체

  • `진도 개들리마을` 전남새뜸 보도자료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4-17 조회수 : 179
콩나물로 소통하며 마을 가치 찾다
진도 ‘알콩달콩’ 개들리마을
  

 

마을이 정갈하다. 담쟁이가 휘감은 돌담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담장 밑 노랑 수선화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객을 맞는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에도, 마을회관에 모여 ‘뽕짝’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도 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지력산 기슭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진도군 지산면 개들리마을(상고야마을)이다. 마을 앞 들녘까지 갯물이 들어왔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40여 가구 7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우수마을이다.

 

콩나물로 소통하며 마을 가치 찾다
▲개들리 기억지도를 설명하는 이현승 사무장. 기억지도를 따라 마을길을 걷다보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마을의 역사, 지도에 담다

개들리마을은 1970년대말까지만 해도 진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초등학교, 약방, 이발소, 술도가, 정미소, 한약방, 사진관이 줄을 지을 정도였다. 중심지에서만 열린다는 흰 천막을 두른 가설극장이 서기도 했다. 돌담만이 앙상한 집터에서, 마을 위쪽에 자리한 폐교에서 당시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큰 마을답지 않게 정이 끈끈하고 단합도 잘됐다. 명절이면 윗마을과 아랫마을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잔치를 벌이곤 했다. 웃음소리가 떠날 날이 없었다. 이웃 마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시나브로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은 늙고 조용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늘어갔다. 아이들 웃음소리도 더는 들을 수 없었다. 주민들 마음마저 삭막해져 갔다. 여느 시골처럼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심각했어요. 예전에 없던 앙금도 생기고요. 이대로 가다간 마을이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 어르신들의 소통 채널 복구가 시급했어요.”

개들리마을공동체 이현승 사무장의 말이다. 주민들이 직접 그리는 ‘개들리 기억지도’ 제작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마을의 옛 모습도 찾고 주민 간 소통도 넓히는,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민들도 “우리가 죽으면 마을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없을 것”이라며 반겼다. 밤이면 마을 회관에 모여 손수 기억지도를 그려나갔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경지정리로 사라진 고인돌, 바다건너 돌아온 진도개, 큰 방죽에 얽힌 슬픈 사연 등 지도에 다 담지 못한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자연스레 주민 간 접촉이 잦아졌다. 지도가 완성될 즈음 해묵은 앙금이 녹기 시작했다. 데면데면하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덩달아 마을도 활기가 넘쳐났다. 불과 2년 전의 일이었다.

 

콩나물로 소통하며 마을 가치 찾다
▲알콩달콩 개들리 콩나물 팜파티를 끝내고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콩나물 팜파티로 화합 다져

 

희망을 발견한 주민들은 내친김에 주민주도 공모사업인 전라남도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씨앗사업’에 도전했다. 많지 않는 지원금이었지만 알뜰살뜰하게 사용했다. 사업은 주민들이 잘하고, 흥미 있는 것을 택했다. ‘콩나물 기르기’였다. 아랫목에서 기르던 옛 추억을 되살리기에도 그만이었다. 

 

“젊었을 때 길러본 가락이 있어 쉽게 생각했는 디. 막상 길러본께 묘하게 옛날같이 잘 안 크드랑께. 모이믄 콩나물 얘기뿐이었어.”

윤가단 어르신의 얘기다. 마을회관에 모여 기른 콩나물로 냉국을 만들어 먹으며 정을 쌓아갔다. 혼자 사는 어르신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서로 돕고 살던 옛 풍습이 되살아났다. ‘콩나물은 하나가 썩으면 줄줄이 다 썩는다’는 교훈도 얻었다.

 

가을에는 콩나물을 주제로 ‘개들리 콩나물 팜파티’도 열었다. 곽정애 어르신이 자신의 집을 공연장소로 내놓았다. 지역예술인들의 재능기부도 이어졌다. 콩나물죽을 나누고, 농사지은 울금을 염료로 사용해 스카프도 만들었다. 기억 속에만 자리하던 콩쿠르도 개최해 숨겨놨던 노래솜씨도 뽐냈다. 추수를 끝내곤 버스를 빌려 ‘알콩달콩 콩나물 여행’을 떠나 우의를 다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콩나물로 소통하며 마을 가치 찾다
▲마을회관에서 건강체조를 하는 어르신들

 

마을 변신은 올해도 계속

 

올해도 전라남도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공모, 씨앗 단계보다 윗 단계인 ‘새싹사업’에 선정됐다. 올 사업 주제는 ‘꿈틀꿈틀 개들리 프로젝트’다. 지난해 개들리 콩나물 팜파티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에 탐방객을 위한 마을 가이드북 제작, 향우 초청 잔치를 더했다.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황홀한 지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단장한다.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검정쌀, 울금, 구기자 등 마을 특산물을 판매하는 ‘팜마켓’도 펼칠 계획이다. 모두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청사진이다.

 

이종혁 개들리공동체 대표는 “전라남도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으로 인해 우리 마을이 알콩달콩 서로 돕고 살아가던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면서 “우리 마을만이 지닌 스토리텔링과 소박한 경관들을 활용해 주민 소득 향상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콩나물로 소통하며 마을 가치 찾다
▲마을 위쪽에 자리한 폐교. 아이들이 뛰어 놀던 운동장이 대밭으로 변했다.

                                              

 

 

 

 

 

 

 

 

 

 

 

 

 

 

 

 

 

 

 

                                                       [전남새뜸]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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